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술 한잔 / 정호승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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술 한잔 / 정호승

인생은 나에게
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.

겨울밤 막다른 골목 끝 포장마차에서
빈 호주머니를 털털 털어
나는 몇번이나 인생에게 술을 사주었으나
인생은 나를 위하여 단 한번도
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.

눈이 내리는 날에도
돌연꽃 소리없이 피었다 지는 날에도
인생은 나에게
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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